코인 옥석가리기 1차전이 끝났다. 승자는?

마켓 인사이트 · 2026-07-21T18:00:00+09:00

코인 옥석가리기 1차전이 끝났다. 승자는?

by SlopeXcelerity Research

수많은 코인이 사라진 자리에서 살아남은 것은 ‘다음 100배 코인’이 아니었다. 달러를 옮기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통과한 거래소, 그리고 주식·채권·금을 블록체인 위로 가져오는 거래 인프라였다.

암호화폐 시장은 오랫동안 한 가지 질문에 매달렸다. “어떤 코인이 살아남을 것인가?”

매 상승장마다 수천 개의 토큰이 등장했고, 저마다 새로운 금융과 거대한 생태계를 약속했다. 그러나 시장은 백서보다 냉정했다. 가격과 유동성, 실제 사용자와 규제가 프로젝트의 생존 여부를 갈랐다.

지금 시장의 질문은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다음에 오를 코인’이 아니라 실제로 반복 사용되는 인프라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코인 옥석가리기의 1차전은 상당 부분 끝났다.

그리고 승자는 특정 코인이 아니다. 모든 자산을 연결하는 거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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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장은 검증이 아니었다

CoinGecko가 세계 상위 12개 중앙화 거래소의 신규 상장 종목을 분석한 결과, 상장 후 첫 30일 동안 가격이 오른 토큰은 평균 32%에 불과했다. 30~59일 구간에는 그 비율이 25%로 낮아졌고, 1년 뒤까지 상장가격을 웃돈 토큰은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10% 미만이었다.

같은 거래소들이 2025년 한 해 처리한 현물 거래액은 약 21조 달러다. 시장 자체는 거대해졌지만 신규 토큰의 장기 성과는 정반대였다. 거래소에 들어왔다는 사실과 자산의 질은 별개의 문제라는 뜻이다.
(CoinGecko, Spot CEX Report 2026)

따라서 ‘1차전이 끝났다’는 말은 더 이상 실패하는 코인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시장이 무엇을 검증 기준으로 삼는지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 이름과 내러티브보다 실제 사용량
  • 높은 완전희석가치보다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
  • 단기 상장 효과보다 장기 유동성
  • 규제 회피보다 제도권과 연결될 수 있는 구조

1차전은 토큰의 숫자를 늘리는 경쟁이었다. 2차전은 살아남을 이유를 증명하는 경쟁이다.

2. 첫 번째 승자: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거래용 달러’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분명한 사용처를 확보한 자산은 가격이 크게 오르는 코인이 아니다.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026년 5월 말 약 3,200억 달러에 도달했다.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의 99.4%는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으며, 2025년 명목 거래액은 약 28조 달러로 추산됐다.
(BIS, Annual Economic Report 2026)

거래소 안에서의 지위는 더욱 선명하다. 상위 12개 중앙화 거래소의 현물 거래쌍 1만4,485개 가운데 9,870개, 약 68.1%가 스테이블코인 기반이었다. 스테이블코인 거래쌍 중 97.7%는 USDT 또는 USDC였다. 미국과 한국처럼 달러·원화 거래 비중이 큰 일부 시장을 제외하면, 글로벌 코인 거래의 실질적인 기준통화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에 가깝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면 스테이블코인은 ‘인터넷 위의 달러’다. 금은 보유하는 자산이지만 달러는 모든 거래의 중간에 들어간다. 비트코인을 사든, 토큰화된 주식을 사든, 국채나 금을 거래하든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수단으로 사용된다면 거래 대상이 늘어날수록 영향력도 커진다.

다만 28조 달러를 실물경제의 결제액으로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BIS도 동일 주체의 지갑 간 이동과 자동화 거래 등을 제거하면 실제 경제적 거래 규모는 훨씬 작아진다고 지적한다. 거대한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스테이블코인이 반복 사용되는 기준통화가 됐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승자는 가격이 오르는 코인이 아니라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달러다.

3. 두 번째 승자: 규제와 유동성을 통과한 거래소

거래소 시장에서도 1차 선별이 진행됐다. 과거에는 상장 종목과 이벤트가 많은 거래소가 유리했다. 지금은 규제 대응, 자산 보관, 유동성, 내부통제와 해킹 방어 능력이 생존을 결정한다.

CoinDesk의 2025년 4월 평가에서는 조사 대상 거래소의 절반 이상이 포괄적인 금융시장 또는 가상자산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AA·A·BB 등급 거래소는 모두 준비자산 증명 체계를 도입한 반면, 낮은 등급으로 갈수록 적용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전체 평가 대상의 30%는 2015년 이후 최소 한 차례 해킹을 경험했다.
(CoinDesk, Exchange Benchmark April 2025)

국내 시장은 쏠림 현상이 더 뚜렷하다. 금융당국의 조사 대상 거래소는 2023년 상반기 26개에서 2025년 말 18개로 줄었다. 2025년 말 코인마켓의 시가총액은 3,603억원으로 원화마켓의 0.4%에 불과했다.
(금융위원회, 2023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2025년 하반기 실태조사)

이용 가능한 계정은 1,113만 개로 반기 대비 3% 증가했고 원화예치금도 8조1,000억원으로 31% 늘었다. 반면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4,000억원으로 15%, 거래소 영업이익은 38% 감소했다.

이 수치는 시장에서 사람이 빠져나갔다기보다 자금이 아무 거래소에나 머물지 않게 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원화 입출금, 규제 대응, 보안과 충분한 유동성을 갖춘 소수 플랫폼으로 선택이 집중되고 있다.

단, 살아남은 거래소가 상대적으로 나은 인프라라는 것과 그곳에 상장된 모든 코인이 좋은 자산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거래소 선별과 자산 선별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4. 코인 거래소는 이제 코인만 거래하지 않는다

살아남은 거래소들은 다음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더 많은 알트코인이 아니라 주식, ETF, 국채, 금과 원자재 같은 전통자산을 블록체인 거래 구조 안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토큰화 주식이다. 토큰화 주식은 주식의 가격이나 권리를 블록체인 토큰으로 표현한 상품이다. 구조에 따라 소수점 단위 거래, 개인지갑 전송, 온체인 담보 활용이 가능하다.

CoinGecko에 따르면 토큰화 주식 시가총액은 2025년 6월 말 209만 달러에서 2026년 3월 말 4억8,669만 달러로 늘었다. 약 9개월 만에 233배 증가한 것이다. 2026년 1분기 토큰화 주식 현물 거래액은 151억2,000만 달러로 2025년 하반기 전체 거래액 148억4,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토큰화 RWA 시장도 2025년 초 54억2,000만 달러에서 2026년 3월 말 193억2,000만 달러로 256.7% 성장했다. 다만 토큰화 주식 거래는 아직 기존 증권시장 거래량의 1% 미만이다. 방향은 분명하지만 규모는 여전히 초기 단계다.
(CoinGecko, RWA Report 2026)

5. 현물보다 먼저 커진 파생상품 시장

여기서 데이터 하나를 더 구분해서 봐야 한다. ‘토큰화 주식 거래’라는 표현에는 실제 기초자산을 담보로 한 현물 토큰뿐 아니라 주가 변동에 베팅하는 무기한 선물도 포함될 수 있다.

상위 13개 거래소의 토큰화 주식 관련 월간 파생상품 거래액은 2025년 7월 8억3,117만 달러에서 2026년 5월 340억 달러로 약 40배 증가했다. 주식·금·원자재 등을 기초로 한 RWA 무기한 선물의 월간 거래액은 같은 달 3,471억7,000만 달러에 도달했다.
(CoinGecko, TradFi on Crypto Exchanges Report 2026)

이 숫자가 실제 주식 소유의 토큰화 규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 부분은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화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이다. 그러나 코인 거래소가 전통자산의 가격 발견과 거래 수요까지 흡수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Robinhood는 유럽 고객에게 200개 이상의 미국 주식·ETF 토큰과 주 5일, 하루 24시간 거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Kraken의 xStocks는 출시 8개월 안에 중앙화·탈중앙화 거래소 거래와 발행·상환을 합산한 누적 거래액이 250억 달러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후자의 수치는 순수 현물 매매만이 아니라 회사가 집계한 발행·상환 활동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Robinhood 공식 발표, Kraken xStocks 공식 자료)

과거에는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해외 증권계좌로 보낸 뒤 정해진 시장 운영시간에 미국 주식을 매수했다. 새로운 구조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미국 주식, 국채와 금을 같은 거래소와 지갑에서 오갈 수 있다.

주식과 코인의 위험이 같아진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자산이 같은 거래 레일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6. 암호화폐의 인식은 여기서 바뀐다

토큰화 주식이 중요한 이유는 시장 규모만이 아니다.

그동안 암호화폐는 실체가 없는 투기 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미국 주식과 국채, 금과 머니마켓펀드가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이전되기 시작하면 블록체인을 단순한 코인 발행 기술로만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암호화폐 산업은 전통 금융을 없애지 못했다. 대신 전통 금융의 자산을 자신의 거래 방식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변화가 본격화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블록체인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않을 수 있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 통신 프로토콜을 생각하지 않듯, 투자자도 주식 토큰을 거래하며 어떤 체인이 사용됐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때 블록체인은 투자 대상이기 전에 금융 인프라가 된다.

코인 시장의 진짜 승리는 모든 사람이 코인을 사게 만드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코인을 사지 않는 사람도 블록체인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더 큰 승리다.

7. 토큰화됐다고 모두 같은 주식은 아니다

‘토큰화 주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모두 실제 주식과 동일한 법적 권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토큰화 증권을 크게 두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기업이나 공식 대리인이 직접 토큰화해 블록체인상의 이전이 공식 주주명부와 연결되는 발행사 주도형이다. 두 번째는 원래 증권의 발행사와 관계없는 제3자가 만든 제3자 주도형이다. 후자는 실제 주식이 아니라 가격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이나 별도의 청구권일 수 있다.
(SEC, Statement on Tokenized Securities)

실제로 Robinhood의 기존 주식 토큰은 파생상품이므로 투자자가 기초주식의 직접 소유권을 갖지 않는다. Kraken의 xStocks도 의결권이나 기초주식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청구권을 제공하지 않는다.
(Robinhood 상품 설명, Kraken 위험고지)

2차 옥석 가리기에서는 가격보다 먼저 다음을 확인해야 한다.

확인할 것핵심 질문
기초자산실제 자산을 누가, 어디에 보관하는가
권리배당·의결권·법적 소유권이 있는가
상환현금 또는 실제 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가
파산 보호발행사·거래소 파산 시 어떤 청구권이 있는가
규제어느 국가의 투자자 보호를 적용받는가

블록체인이 거래 기록을 투명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존재하지 않는 법적 권리까지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8. 한국이 놓치면 안 되는 것

여기서부터는 앞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나의 생각이다.

한국도 결국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자산으로 활용하는 토큰화 주식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와 시장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단순히 해외에서 만들어진 미국 주식 토큰을 국내 투자자에게 중개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이 앞세울 수 있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식을 외국인 투자자가 시간과 국경, 계좌의 장벽을 낮춰 거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거래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다양한 자산의 거래쌍을 충분히 지원하고, 발행·보관·상환과 투자자 보호 체계까지 연결하는 유통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물론 ‘토큰화’라는 이름만 붙인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주식과의 권리 연결, 배당과 의결권, 적격 보관기관, 발행사 파산 시의 청구권, 외환·자본시장 규제와 자금세탁방지 기준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기술보다 먼저 신뢰할 수 있는 법적 구조가 필요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점유율은 코인을 발행한다고 저절로 높아지지 않는다. 그 통화로 반드시 사고 싶은 자산과 반복해서 사용할 거래처가 있어야 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강한 이유도 달러라는 이름 때문만이 아니라, 전 세계 투자자가 원하는 자산과 가장 많은 거래쌍이 달러를 중심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코인 매매에만 사용되고 한국의 주식·채권·펀드 같은 경쟁력 있는 자산과 연결되지 못한다면 글로벌 점유율을 높이기는 사실상 어렵다. 반대로 외국인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한국의 우량 자산을 편리하게 거래하고 다시 다른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원화는 비로소 블록체인 금융 안에서 사용할 이유를 갖게 된다.

나는 이것이 한국도 반드시 갖춰야 할 차세대 거래소의 모습이라고 본다. 거래소를 코인 매매 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의 자산과 세계의 유동성을 연결하는 24시간 디지털 금융시장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

9. 그래서 승자는 누구인가

코인 옥석가리기 1차전의 승자를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특정 토큰보다 거래 인프라를 선택하겠다.

  • 결제 영역의 승자는 스테이블코인이다.
  • 유통 영역의 승자는 규제와 유동성을 갖춘 거래소다.
  • 상품 영역의 승자는 주식·채권·금을 연결하는 토큰화 기술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하나의 계좌와 지갑에서 제공하는 플랫폼이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거래소의 경쟁 상대는 다른 코인 거래소만이 아니다. 증권사와 은행, 자산운용사, 결제회사까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한다. 기존 금융회사도 24시간 거래, 글로벌 유통과 온체인 결제라는 암호화폐 시장의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1차전은 어떤 코인과 거래소가 살아남는지를 가리는 싸움이었다.

2차전은 누가 더 많은 코인을 상장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 자산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연결하느냐의 싸움이다.

코인 옥석가리기 1차전은 끝났다.

승자는 코인이 아니라, 모든 자산을 거래 가능하게 만든 방식이다.


주요 참고자료

  1. BIS — Annual Economic Report 2026, Chapter III
  2. 미국 SEC — Statement on Tokenized Securities, 2026.01.28
  3. 금융위원회 —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4. CoinGecko — RWA Report 2026
  5. CoinGecko — Spot CEX Report 2026
  6. CoinGecko — TradFi on Crypto Exchanges Report 2026
  7. CoinDesk — Exchange Benchmark April 2025

자료 확인일: 2026년 7월 21일. 보고서별 집계 기준일이 다르며 거래량에는 현물, 파생상품, 발행·상환 등 서로 다른 활동이 포함될 수 있다. 이 글은 시장 구조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이며 특정 자산이나 거래소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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