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의 붕괴, 그리고 일곱 번째 — D램 40년사로 읽는 램값 두 배의 진짜 이유

산업 리서치 · 2026-08-07

여섯 번의 붕괴, 그리고 일곱 번째 — D램 40년사로 읽는 램값 두 배의 진짜 이유

by SlopeXcelerity Research

D램 40년사에서 "이번엔 다르다"는 말은 여섯 번 나왔고 여섯 번 틀렸다. 일곱 번째인 지금, 처음으로 그 말이 부분적으로 맞다. 다만 맞는 이유가 시장이 말하는 이유와 다르고, 그래서 끝나는 조건도 다르다.

2025년에 16기가바이트 메모리를 기본으로 팔던 업무용 노트북이 2026년에는 8기가바이트로 내려왔다. 사양이 후퇴한 것이 아니라 메모리 원가가 완제품 가격 구조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2026년 말까지 D램과 SSD 가격이 2025년 대비 합산 130% 오르고, 그 결과 PC 가격은 17%, 스마트폰 가격은 13%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이유로 2026년 전 세계 PC 출하량은 10.4%, 스마트폰 출하량은 8.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넘는 기간 중 가장 가파른 기기 출하 위축이다. (Gartner, 2026.02.26)

여기까지는 뉴스다. 중요한 질문은 그다음이다. 이 가격은 언제 무너지는가.

D램에서 이 질문에 답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이 산업이 지난 40년 동안 같은 일을 여섯 번 반복했기 때문이다.

1. 이 산업은 시체 위에 서 있다

D램의 역사는 기술의 역사가 아니라 공급자 소멸의 역사다.

미국의 D램 생산 업체는 1970년 14개에서 1986년 3개로 줄었다. 그 자리를 일본이 가져갔다. 일본 업체들은 64Kb 제품에서 1982년 세계 점유율 70%, 256Kb에서 1984년 90%, 1Mb에서 1988년 90%를 차지했고, 1987년에는 전체 반도체 시장 점유율에서 미국을 추월했다. (Springer, Decline of the Japanese Semiconductor Industry, Princeton OTA, The Decline of the U.S. DRAM Industry)

그리고 일본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한국의 점유율은 1980년대 5% 미만에서 1990년대 중반 30% 이상으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 D램을 내놓았다.

패권은 두 번 이동했고, 두 번 모두 방아쇠는 같았다. 불황기에 남들이 투자를 멈출 때 투자한 쪽이 다음 사이클의 주인이 됐다.

여섯 번의 붕괴

2000년 이후만 봐도 이 산업은 여섯 번의 호황과 붕괴를 통과했다.

사이클시기무슨 일이 있었나피해 규모
1차2001닷컴 붕괴로 기업 정보기술 지출 증발마이크론 매출 73억 → 40억 → 26억 달러. 도시바 D램 철수
2차2008~2009치킨게임과 금융위기 중첩D램 가격 2007년 -85%, 2008년 추가 -58%. 키몬다 파산
3차2012엘피다 파산마이크론이 약 25억 달러에 인수. 5개 이상 → 3개 체제 확립
4차2015~2016스마트폰 성장 정체 속 증설마이크론 매출 162억 → 124억 달러
5차2018~2019하이퍼스케일러 과잉 발주 후 재고 소진4개 분기 동안 가격 약 -60%. 마이크론 매출 304억 → 234억 → 214억 달러
6차2022~2023팬데믹 수요 역회전마이크론 매출 308억 → 155억 달러. 회계연도 전 분기 적자

(chiplog, DRAM was the worst business in chips)

2018년 정점에서 산업 매출은 990억 달러였고 마이크론의 이익률은 60%에 육박했다. 그리고 네 분기 만에 가격이 60% 빠졌다. 고점의 이익률이 높을수록 낙폭이 컸다는 것이 이 표의 핵심이다.

치킨게임은 은유가 아니었다

2007년 업체들이 일제히 증산에 나서면서 가격 전쟁이 시작됐다. 2008년 금융위기의 수요 급감이 겹치자 D램 가격은 3년 전 개당 6.8달러에서 0.5달러까지 내려갔다. (서울대학교, The Chicken Game and the Amplified Semiconductor Cycle)

이 게임에서 첫 번째로 죽은 회사가 키몬다다. 2006년 5월 1일 인피니언에서 분사할 당시 세계 2위 D램 업체였고, 2007년 정점에 전 세계 직원 약 1만 3,500명을 고용했다. 2009년 1월 23일 파산 보호를 신청했고, 리치먼드 공장은 그해 4월 1일 가동을 멈췄다. D램 역사상 첫 청산이었다. (Qimonda 기업 연혁)

두 번째는 엘피다였다. 히타치, NEC, 미쓰비시의 메모리 사업부를 1999년에 합친 회사다. 일본이 최소한 한 개 업체는 살려두려고 만든 마지막 보루였다. 2012년 2월 파산했고, 마이크론이 이듬해 약 25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 거래로 D램 업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 체제가 됐다.

당시 시장은 이렇게 나뉘어 있었다. 삼성전자 약 30%, 하이닉스 19%, 엘피다 15%, 마이크론 11%, 키몬다 10%, 파워칩 5%, 난야 4%. 열 개 남짓이던 이름표 중 지금 남은 것은 셋이다.

여기까지가 D램의 기본값이다. 호황이 아니라 학살이다. 그리고 매번 학살이 끝날 때마다 생존자가 줄었고, 생존자가 줄수록 다음 사이클의 가격 진폭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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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렇다면 일곱 번째는 왜 다른가

지금의 상승은 앞선 여섯 번과 규모부터 다르다.

2026년 1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은 전분기 대비 약 93~98% 올랐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상승폭이다. 그 결과 D램 산업 전체 매출은 전분기 대비 81% 늘어난 970억 달러를 기록했다. (TrendForce, 2026.06.01)

그런데 앞선 여섯 번의 사이클도 전부 폭등으로 시작했다. 규모는 차별점이 아니다. 진짜 차이는 공급 쪽에 있다.

과거 여섯 번의 각본은 언제나 동일했다. 수요 초과 → 업체들이 증산 → 공급 과잉 → 붕괴. 붕괴의 원인은 항상 업체들 자신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이클에서 업체들은 증산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고 있다. 이유는 감산 규율도, 자본 부족도 아니다. 물리적인 이유다.

웨이퍼 산술

HBM은 D램과 같은 라인, 같은 웨이퍼에서 나온다. 다만 여러 층을 쌓아 올리는 구조라 같은 용량을 만드는 데 훨씬 넓은 웨이퍼 면적을 쓴다. 업계에서는 흔히 "3배"라고 말한다. 이 숫자를 감이 아니라 실측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상위 3사 기준 전체 D램 웨이퍼 투입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을 2025년 말 약 18%, 2026년 말 약 22%, 2027년 말 약 30%로 추정한다. 같은 자료에서 HBM이 전체 비트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약 8%, 2026년 약 9%, 2027년 약 13%다. (TrendForce, 2026.06.02)

이 두 줄이면 계산이 끝난다. 2026년 기준으로 보자.

  • HBM: 웨이퍼 22%를 써서 비트 9%를 만든다 → 웨이퍼 1단위당 비트 = 9 ÷ 22 = 0.409
  • 범용 D램: 웨이퍼 78%를 써서 비트 91%를 만든다 → 웨이퍼 1단위당 비트 = 91 ÷ 78 = 1.167
  • 효율 비율 = 0.409 ÷ 1.167 = 0.351

HBM 웨이퍼 한 장은 범용 D램 웨이퍼 한 장의 35%에 해당하는 비트만 생산한다. 역수로 2.85배다.

같은 계산을 다른 연도에 적용해도 결과가 흔들리지 않는다.

연도HBM 웨이퍼 비중HBM 비트 비중웨이퍼당 비트 효율범용 대비 웨이퍼 소모
202518%8%0.3962.52배
202622%9%0.3512.85배
202730%13%0.3492.87배

세 연도가 모두 2.5~2.9배 구간에 들어온다. 업계가 관행적으로 말해온 "3배"가 서로 다른 두 시계열에서 독립적으로 재현된 것이다.

이 숫자가 만드는 결과

여기서부터가 이번 사이클의 정체다. 2026년 전 세계 D램 웨이퍼 캐파는 약 14%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HBM 비중이 18%에서 22%로 올라가므로, 범용 D램에 실제로 돌아가는 웨이퍼는 이렇게 된다.

  • 2025년 범용 웨이퍼: 100 × (1 − 0.18) = 82
  • 2026년 범용 웨이퍼: 114 × (1 − 0.22) = 88.9
  • 증가율: +8.4%

총 캐파를 14% 늘려도 범용 D램에 돌아가는 웨이퍼는 8.4%밖에 늘지 않는다. 만약 HBM 비중이 18%에 머물렀다면 범용 웨이퍼도 그대로 14% 늘었을 것이다. HBM 비중 4%포인트 상승이 범용 D램의 증설분 중 5.6%포인트를 통째로 삼킨 것이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2026년 범용 D램 캐파 증가율 10%"라는 추정치와, 트렌드포스 수치만으로 독립 계산한 8.4%는 사실상 같은 그림을 가리킨다. 비트 공급 증가율 전망이 약 16%로 역사적 범위인 20~30%를 밑도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한 걸음 더 나가보자. HBM에 배정된 웨이퍼 22%를 전부 범용 D램으로 돌린다면 범용 비트 공급은 어떻게 되는가.

  • 현재 범용 비트: 91
  • 웨이퍼 전량(100)을 범용으로 돌릴 경우: 100 × 1.167 = 116.7
  • 범용 D램 공급이 지금보다 28.2% 많아진다

세상에 HBM이 없었다면 지금 범용 D램은 28% 더 공급됐을 것이라는 뜻이다. 시장에서 흔히 인용되는 "2026년 메모리 수요가 생산 능력을 15~20% 초과한다"는 추정과 자릿수가 맞는다. 부족분의 정체는 수요 폭발이 아니라 웨이퍼 배분이다.

이것이 일곱 번째 사이클이 앞선 여섯 번과 다른 유일하고도 진짜인 이유다. 과거의 공급 곡선은 업체들의 의사결정이 결정했다. 이번 공급 곡선은 적층 구조라는 물리가 누르고 있다.

3. 그런데 그 예외는 이미 금이 가 있다

여기서 대부분의 분석이 멈춘다. 구조적 공급 부족, 따라서 장기 호황. 하지만 데이터를 더 보면 2막의 논리를 무너뜨리는 균열이 이미 세 개 보인다.

균열 1 — 가격 상승률은 이미 급감속했다

계약가격 상승률의 궤적을 분기별로 늘어놓으면 이렇다.

분기범용 D램 계약가 상승률(전분기 대비)
2026년 1분기+93~98% (실적)
2026년 2분기+58~63% (실적)
2026년 3분기+13~18% (전망)

(TrendForce 2026.06.01, TrendForce 2026.07.03)

가격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 그러나 오르는 속도는 두 분기 만에 6분의 1 토막이 났다. 트렌드포스는 그 이유로 두 가지를 든다. 사상 최고 계약가로 인해 PC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 시장 고객이 감당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 그리고 비교 기준이 되는 전분기 수치가 너무 높아졌다는 것이다.

사이클의 전환은 가격이 떨어질 때 시작되지 않는다. 상승률이 꺾일 때 시작된다. 2018년에도 정점은 이익률이 60%로 사상 최고이던 그 분기였다.

균열 2 — HBM이 더는 가장 남는 장사가 아니다

2막의 논리는 "HBM 마진이 압도적이니 업체들이 웨이퍼를 계속 HBM에 몰아준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 전제가 깨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6년 1분기에 HBM의 웨이퍼당 매출이 DDR5 64GB RDIMM에 추월당했고, 같은 분기부터 HBM의 수익성도 DDR5 64GB RDIMM 아래로 내려갔다. (TrendForce, 2026.06.02)

범용 D램 가격이 두 배가 되는 동안 HBM 가격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제조사 입장에서 웨이퍼를 HBM에 배정할 이유가 줄어든다. 웨이퍼를 범용으로 되돌리는 순간 2막에서 계산한 공급 제약은 빠르게 풀린다. 앞의 산술은 반대 방향으로도 똑같이 작동한다. 범용으로 돌아오는 웨이퍼 한 장은 HBM 웨이퍼 한 장의 2.85배 비트를 쏟아낸다.

물론 반대 방향의 힘도 있다. 트렌드포스는 웨이퍼가 빠듯해질수록 공급사의 가격 결정력이 커져 2027년 HBM 계약가격이 몇 배 수준으로 뛸 수 있다고 본다. HBM 다이 크기가 커지면서 웨이퍼 소모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익성 역전이 가격 인상으로 해소될지, 웨이퍼 재배분으로 해소될지는 아직 열려 있다. 다만 어느 쪽이든 "HBM이 무조건 우선"이라는 전제는 2026년에 이미 유효기간이 끝났다.

균열 3 — 네 번째 이름표가 돌아왔다

3사 체제는 2013년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로 만들어졌다. 13년 만에 네 번째 이름이 붙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2025년 말 기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7.67%를 확보했다. 2026년 7월 27일 상하이 스타마켓에 상장했고, 공모가 8.66위안으로 시작한 주가는 상장 첫날 49위안 이상으로 뛰며 약 470%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약 3조 3,000억 위안, 미화 약 4,800억 달러에 달했다. 2010년 중국농업은행 이후 중국 본토 최대 규모 상장이자 올해 아시아 최대 기업공개다. 조달 자금 중 295억 위안은 생산라인 고도화와 D램 기술 개발에 배정됐다. (CNBC, 2026.07.27, TechNode, 2026.07.27)

제품도 더 이상 저사양에 머물지 않는다. CXMT는 최대 8,000Mbps 속도의 자국산 DDR5를 공개했고 2026년 중 96GB 모듈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목표는 2028년 세계 공급의 17%, 2030년 30%다. (Caixin Global, Tom's Hardware)

40년 전 일본을 무너뜨린 것은 한국의 역주기 투자였다. 지금 같은 자리에 국가 자본이 서 있다. 1980년대의 일본이 그랬듯, CXMT도 가격 사이클과 무관하게 투자할 수 있는 자금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만 결정적인 제약이 하나 있다. 첨단 노광 장비 접근이다. 수출 통제가 유지되는 한 CXMT의 미세공정 진전에는 천장이 있고, 이는 고사양 서버 D램과 HBM 영역에서 3사와 정면 경쟁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부족의 진원지는 고사양이 아니라 범용 D램이다. CXMT가 잘 만들 수 있는 바로 그 구간이다.

4. 지금 3사의 성적표

균열을 이야기하되 현재의 이익 규모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D램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국면이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7월 29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매출 79조 3,187억 원, 영업이익 60조 5,426억 원, 영업이익률 76%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7%, 영업이익은 557% 늘었다. 분기 사상 최대다. (SK하이닉스 뉴스룸, 2026.07.29)

시장 구도는 그사이 뒤집혔다. 2026년 2분기 D램 매출 점유율은 삼성전자 39%, SK하이닉스 26%, 마이크론 25%다. SK하이닉스는 매출이 전년 대비 214% 늘었는데도 점유율은 1년 전 39%에서 26%로 내려왔고, 마이크론과의 격차는 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Counterpoint Research)

이 대목이 중요하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서 점유율은 13%포인트를 잃었다. HBM에 집중한 쪽이 범용 D램 폭등기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구조다. 균열 2에서 본 수익성 역전이 이미 실적 점유율에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5. 그래서 언제 끝나는가 — 예측 대신 관찰 조건

D램 사이클의 정점을 미리 맞히려는 시도는 지난 40년간 대부분 실패했다. 예측 대신 관찰 가능한 조건을 정의하는 편이 낫다. 아래 다섯 가지 중 셋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일곱 번째 사이클의 하강 국면으로 판단한다.

지표지금 상태전환 신호
범용 D램 계약가 전분기 대비 상승률+13~18%(3분기 전망)로 감속 중0% 이하로 전환
HBM과 DDR5 RDIMM의 웨이퍼당 수익성2026년 1분기부터 역전 상태역전 지속 + 범용 라인 전환 발표
3사의 범용 D램 증설 발표보수적 설비투자 기조 유지범용 전용 증설 공식화
CXMT 비트 출하점유율 7.67%(2025년 말)10% 돌파 또는 DDR5 양산 본격화
하이퍼스케일러 설비투자 가이던스확대 기조감액 또는 재고 소진 언급

각 항목은 분기 단위로 확인이 가능하다. 감이 아니라 체크리스트로 다루자는 뜻이다.

6. 여기서부터는 나의 생각이다

일곱 번째 사이클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번 상승은 수요가 만든 것이 아니라 배분이 만든 것이다.

수요가 만든 호황은 수요가 식으면 끝난다. 배분이 만든 호황은 배분이 바뀌면 끝난다. 그리고 배분은 수요보다 훨씬 빨리 바뀐다. 경영진 회의 한 번이면 되기 때문이다. 2026년 1분기에 HBM의 웨이퍼당 수익성이 DDR5 64GB RDIMM에 밀린 순간, 그 회의의 안건은 이미 올라갔다고 봐야 한다.

동시에 이번 사이클에는 과거에 없던 하방 안전판도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는 소비자 수요와 달리 가격 탄력성이 낮다. 그리고 3사 체제는 2013년 이후 13년간 증설 규율을 지켜왔다. 과거처럼 누군가 먼저 증산해 시장을 붕괴시키는 그림은 나오기 어렵다.

문제는 그 규율의 전제가 참가자가 셋뿐이라는 것이었다는 점이다. 규율은 참가자 수가 적을 때만 작동한다. CXMT가 네 번째 자리를 확보하고 국가 자본으로 가격 사이클과 무관하게 증설한다면, 13년간 유지된 3사 체제의 균형은 다른 이유로 흔들린다. 2007년의 치킨게임도 참가자가 열 곳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사이클의 종료 방식이 과거 여섯 번과 다를 것이라고 본다. 과거의 붕괴는 언제나 수요 급감이 방아쇠였다. 이번에는 웨이퍼가 범용으로 돌아오는 순간이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붕괴의 형태도 다를 것이다.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갑자기 돌아오는 형태다.

투자 관점에서 한 가지만 덧붙인다. D램 종목의 최대 위험은 실적이 나쁠 때가 아니라 실적이 가장 좋을 때 나타났다. 2018년 정점의 이익률은 60%였고 네 분기 뒤 가격은 60% 빠졌다. 2026년 2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76%다. 이 숫자는 성과인 동시에, 이 산업의 역사에서는 위치를 알려주는 좌표이기도 하다.


D램 40년사에서 살아남은 회사는 셋이다. 그 셋이 지금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다.

그리고 네 번째 이름표가 방금 상하이에 상장했다.

일곱 번째 사이클의 결말은 아직 쓰이지 않았다. 다만 이 산업에서 결말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기록은 여섯 번 남아 있다.


주요 참고자료

  1. Gartner — Surging Memory Costs Will Reduce Global PC and Smartphone Shipments in 2026 (2026.02.26)
  2. TrendForce — Tight DRAM Supply Gives Suppliers Greater Pricing Power in HBM (2026.06.02)
  3. TrendForce — Rapid Contract Price Surge Drives 1Q26 DRAM Industry Up 81% QoQ (2026.06.01)
  4. TrendForce — AI Server Demand Continues to Support Memory Prices in 3Q26 (2026.07.03)
  5. SK하이닉스 — 2026년 2분기 경영실적 (2026.07.29)
  6. Counterpoint Research — 2026년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
  7. CNBC — CXMT 상장 첫날 466% 급등 (2026.07.27)
  8. TechNode — CXMT becomes China's most valuable A-share company (2026.07.27)
  9. chiplog — DRAM was the worst business in chips: 6 cycles of boom and bust
  10. 서울대학교 — The Chicken Game and the Amplified Semiconductor Cycle
  11. Princeton OTA — The Decline of the U.S. DRAM Industry
  12. Springer — Decline of the Japanese Semiconductor Industry

자료 확인일: 2026년 8월 7일. 웨이퍼당 비트 효율(2.52~2.87배), 범용 웨이퍼 증가율(+8.4%), 범용 공급 잠재 증가분(+28.2%)은 트렌드포스가 공개한 HBM 웨이퍼 투입 비중과 비트 공급 비중으로부터 직접 산출한 값이며 계산 과정을 본문에 표기했다. 2026년 3분기 계약가는 전망치다. 이 글은 산업 구조에 대한 분석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다.

#D램 #HBM #반도체 #메모리 사이클 #SK하이닉스 #CXMT